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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 이승희 그녀는 해냈다!

내가 주부 가수 승희씨를 처음 만난 것은 10여년 전 문화센터 방송반에서 였다. 그 때 그녀는 방송반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30세 정도의 주부였고 나는 나이가 많은 50대 초반의 꿈 많은(?) 중년 주부였다 나는 그녀를 라이벌로 의식하게 되었는데 (물론 나 혼자 생각이지만 ) 그 이유는 그녀가 방송 작가로도 소질이 풍부하고 TV모니터로서도 예리한 감각을 가지고 지적해내어 선생님께 자주 칭찬을 받는 제자였기 때문에 사실 그녀가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해서였다.

그렇게 함께 하던 시간 중에 그녀의 친정 아버지가 갑자기 작고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일 아침마다 전화하는 시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요 돌아가신 그 날도 아버지랑 전화를 했는데......"라며 울먹이는 그녀의 어깨에서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여린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인생의 선배로서 성당에 나가보라고 인도해 주었다. 얼마 후 성당에서 승희씨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나는 그 때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꿈꾸기 시작한, 아니 무언가를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작사 작곡 공부를 한다고 했다. 취미로 하다가 말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한결같았다.

 가망을 메고 음악공부를 하러 뛰어가던 그녀의 뒷모습 손에 메모지를 들고 다니며 뭔가를 외우고 다니던 모습, 집에 놀러가보면 지우개 가루가 수북한 식탁 위에 뭔가를 써놓았던 그녀의 노트......

그녀의 정열에 나는 감동했다. 그런 승희씨의 모습에서 나도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1999년 1월 어느 날 그녀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노래를 만들어 CD로 냈다는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역시 그녀는 해냈구나!' 하는 감탄과 '우리 주부의 승리' 같은 뿌듯함에 괜스레 내 어깨가 으쓱해졌다.

 승희씨 노래는 일상적인 우리 주부들의 생활 정서를 노랫말로 하여 가족에 대한 애정과 자기 자신을 돌아다 볼 수 있는 일깨움을 준다 또한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예리한 감성 소박하고 친숙한 언어 사용으로 우리 주부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승희씨는 가정일과 가족에게 정성을 다하는 주부로 너무 완벽 하려 하기에 보기에 안쓰러울 대가 있다. 주부도 그만하면 되었으니 이제 음악 쪽으로 에너지를 더해서 주부들 뿐 아니라 온 국민에게 사랑 받는 폭넓고 다양한 대중음악가로 숨은 능력이 한껏 피어나고 펼쳐지기를 욕심내어본다.

 나는 승희씨가 끊임없이 노력하는 음악인으로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는다. 차분하고 따뜻하며 달콤하고 맑은 영혼으로 부르는 그녀의 노래가 우리 가슴에 그리움과 사랑으로 다가와 오래오래 우리 곁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

 끝으로 많은 주부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 주부도 할 수있다 '는 용기를 가지고 자기 능력에 도전해 보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

장석길 (수필가)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용기

이승희선배와 나는 대학 선후배 사이이다. 청파 언덕 서관 4층 숙명여자 대학교 교육방송국이라는 공간을 공유했던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선배를 처음 본 것은 학교 방송국 동문회에서 였다. 여러 선후배들이 모인 그 자리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남들처럼 앞에 나서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지만 은은한 미소를 띠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런 선배의 모습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시끄럽게 떠들기보다는 조용하게 할 일을 감당하는 모습 말이다.

 마흔. 마흔이 되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던가. 그 만큼 세상을 살아왔으면 자기 인생을 어느 정도 완성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나이에 이러이러한 것을 이루었노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 마흔에 완성이란 내게는 턱없는 얘기로 여겨진다.

 설령 이미 많은 것을 이루어낸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 완성된 '과거완료형'의 인생이 과연 대단하다고, 멋있다고 자부할 만한 것이기만 할까? 어찌 보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훨씬 더 많은 시점에서 명성이나 돈, 성공을 움켜쥐고 고개 빳빳이 들고 있는 사람은 거기에 멈춰 서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

 이미 완성된 인생은 만들어지는 그 순간에 석고나 화석처럼 그대로 고착되거나 굳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얼마만큼은 죽어있는 형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보다는 '현재 진행형'이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완성된 마흔보다 미완이지만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걸어나가는 아름다운 마흔.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무엇을 해보고 싶다는 꿈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이유를 대면서 우리는 그 꿈을 쉽게 포기하고 단념한다.

 돈이 없어서, 뒷받침이 되지 않아서 재능이 모자라서, 용기가 없어서, 혹은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라서.... 하지만 나이 쉰에 등단을 한 소설가나 예순 넘어서도 마라톤 풀 코스를 뛰는 분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게으름과 핑계에 일침을 주곤 한다.

 마찬가지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그것도 두 아이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가 8년 간의 음악공부와 준비를 거쳐 자신의 음반을 만들어낸 이야기는 우리들 어깨를 툭툭 두드려줄 만한 것이다. 부어Z 한구석에 자그마한 책상을 마련해 놓고 틈틈이 노래 가사를 썼고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동네 놀이터에 나가 조용조용 노래 연습을 했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우리들 가슴으로 진솔하게 다가오는 것은 가정이라는 발판을 단단히 딛고 서 있는 주부의 마음도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가수라는 내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이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가정이라는 소중한 울타리 안에서 이뤄낸 것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한 장의 CD,한 권의 책으로 한정지기에는 아까운 감이 없지 않다.

 아주 어린 시절 사촌오빠와의 추억에서 시작된 '음악'이라는 불씨 하나를 가슴에 품고 그 온기로 세상살이를 이겨낸 이야기, 남들은 꿈을 포기하고 자기 자리에 안주할 시기에 그 꿈을 되살려내어 가지 않은 길을 가보려는 용기를 지닌 한 여성의 이야기.

 아무쪼록 이 책이 일상에 파묻혀 꿈을 잊고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꿈을 기억하게 하고 자기의 자리를 되돌아보게 하기를 소망한다.

 

이금희 (KBS아나운서)